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이사람을 찾는다...05년4월에 요세미테를 읽으며...

레이지 데이지 2005. 4. 25. 03:05

 

엊그제(3월21일) 이상한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서...

 

"나야! 어빠야!" ..(뜬금없는 웬 오빠)

"....."

"벌써 목소리도 잊었어."

"내가 오빠가 어딨어. 넌 누구냐"

"으하하,, 나야! 나"

"오잉~~ 어떻게 왔는데.."

 

서울에 일 있어 댕기러 온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후를 정신없이 일하고 게다가 야근꺼정 하면서 밤10시가 넘어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거기에 핸펀 배터리는 엔꼬 되어

만날 장소를 말 하던 중 비링~링~ 사라져 버려 만남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서운함이 교차하더군요.

 

황당하게 전철역앞에 서서 잔머리로 SK 텔레콤을 두리번 하는데

산적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왁! 나타났습니다.

배낭만 달랑 들고 이 사람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1월 30일 저녁에 보고 첨 봅니다.

숨 돌릴새도 업시 조잘조잘. 혼자 물어 보고 혼자 대답하며

원맨쇼 하듯  재회기쁨을 즐기면서

홍탁으로 가뿐하게 참이슬을 축 냈습니다.

저는 먹고 탈나는 먹거리 빼놓고 무엇이든 먹는 잡식입니다.

지난 청양에서의 생활을 순간 재현 하는 듯 자정을 훌떡 넘기고

간단하게 입가심으로 흑맥주 피쳐를 비우고...

참, 그 사람 서울친구 1명도 같이 있더라구요.

 

그 사람 친구왈..

"누님이라고 하여 한참 어르신네가 오는 줄 알았는데

 숨겨논 동생 이네요"....

"사실 제가 정신적으로 원숙이죠"

"!!!"

순간 썰렁함이 빗방울으로 떨어져 옷깃을 적시고...

내가 성(性)을 달리함에 어쩔 수 없이 혼저 귀가를 해야 했습니다. 

가기 전에 다시한번 보자구.

 

근데, 2틀이 지나도 연락불명 입니다.

급기야 오늘은 가기로 예정된 날입니다.

나리메 횐님 여러분

끝내 연락도 업시 사라진 이 사람을 아시나여?

 

저녁 퇴근 시간에

쌩뚱맞게 그 사람 친구가 저에게 물어 봅디다.

그 눔은 어케 됐는지 ...

 

제가요,

청도에서 8개월을 살다가 서울에 올때

서울 생활8시간이면 청도를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천만에 맘맘에 콩깍지 입니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의 서곡이 시작하는 듯 합니다.

올 한 해는 그리움 속에서 지내야 하나 봅니다.

 

혹시라도

설에 일이 있어 오실 때에는 그 때의 그 정을 기리며

전화라도 주세요.

 

-끝-

 

.................................................

 부제)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읽고

습작처럼 그의 글을 내 것인양 모방하여 내가 실제 산행하듯이

적어본다. 실제로 나는 1998년 여름에 다녀온 적이있다.

그렇나 혼이 나간 상태이니 무엇을 기억하리요...

물논, 허락이니 격려니 이런 야그는 없다. 심산 은 시나리오작가이며

산을 첫째로 좋아하고, 둘째는 딸, 셋째는 기역 니은 순서로 정한다.

그가 시나리오를 완성하여 만든 영화는 (비트) (태양은 없다) 정도이고

집필실-작업실은 연대앞 기찻길 옆이다. 그리고 그는 젊다.거의 우리 또래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시대에 살지만 이시대 사람이 아니다.

생각하는 논리가 틔여서 지구인이 아니고 어쩜 선진 외계인이다.

그가 쓴 독후감에서 많은 공감과 설레임을 받았지만, 그 중에

   주영 - (얄개바위) 2002 도서출판 정성

은 나의 이정표이다. 이미 산행을 약수터 만큼뿐이 할 수 없을 때이기도 했고, 그 내용이 요세미테에 관 하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 것이아닌 열망들"이라는

기형도 쉬인의 싯귀절을 되새김 시키는 듯한 영감을 준다.

왜... 한계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실제 작가 주영(1955~)은

이 좁아 터진 한국 산동네와 해외 여행도 맘대로 할 수없는 1979년에 

일찍감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다음 제 멋대로 요세미테를 거덜냈다.

요세미테에서 배고픈 늑대처럼 어슬렁 거리며 그 곳의 거벽을 차례

차례 섭렵하여 잡아먹었다.그 곳은 그에게 너무나 적합한 놀이터다.

 

어린 시절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친구를 찿아 놀러 갔다가 '정신봉'이라는 몽둥이에 예수처럼 묶인채 좆털을 하나하나 뽑히는 수난을 받으며

고교 둥산반에 가입한다. 그때 이미 그는 음주는 물론이고 흡연과

땡땡이로 글구 패싸움, 가출-산으로의 도피...로 얼룩진

고교 얄개 악동이다.

이 시절에 만난 자일로 묶인 친구와의 인연은 지금도 그 자일에

엮어져 있는 30년 우정에 미소와 함께 존경심을 보낸다.

그가 쓴 책을 보다 보면 치열하게 참으로 잼있게 놀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부러움이 멈추지지를 않는다.

악동으로서 자신의 삶에 남다른 자의식과 확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Bad Boy" 라는 단어를 사랑한다고 했다.

죽는 날꺼정 Bad Boy로 살것을 맹세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등반사에 길이 남을 사람인 것은 확실하지만 난 모른다.

다만,

내가 장담 하건대 그는 자신의삶을 최대한 즐겼고 즐기고 있음이다.

그에게 왜 산에 오르죠? 알피니즘은? 묻는다면,

"알피니즘? 그런 것 없어요

믿지도 않고, 등산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노는 것 아닙니까? 노는데

무슨 이념이 있습니까? 즐거우면 됐지요!!"

 

여러분이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테 국립공원을 가게되는 기회가

된다면 LA국제공항보다는 샌프라시스코가 훨씬 낫다.

시간을 아낀다는 장점과 버틀리 대학 근처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장비점을 만나서 긴요한 정보와 마지막 장비점검을 쉽게 할 수 있다.

 

반나절을 하이웨이를 달리면 캄캄한 밤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고갯 길을 내려가기 직전에 한 산장에서   커피를 마시면 계곡을 내려보다가 으악 소리를 목젖 밑으로 삼켜야 한다.교교한 달빛을 물처럼 빨아들인  "엘 캐피탄(일명;Le cap)" "하프돔"이 웅장한 남성으로 언듯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구름이 휘장처럼 가리면 잔상으로 남아있는

그 모습은 이 세상에 없는 신의 등판을 본듯 하기 때문이다.

요세미테 밸리에서는 가장 싸고 산꾼 들에게 적합한 캠프장은

써니사이드(지금은 "캠프4"로 부리운다) 다.  재쌉게 주차를 하고

무조건 레인저 사무실앞에서 침낭을 펴고 비박 준비를 해야한다.

예약이란 없기 때문에 빠른 번호표를 받는 놈이 장땡이기 때문이다.

1인당 1일 3달러씩 내고 캠트장 사용 허가증을 받는다.

그 놈의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경기도만큼의 크기라 차로 서서히 살펴 본다고 하여도 2박3일이 걸린다나....

 

엘 캡은 해발 2307M. 하지만 수직의 바위벽이 900M가 넘는다.

저녁 노을 을 받으면 이 눔의 자태는 그냥 노란색으로 변신하는

바위가 아니고 야밤 파티에 참석할려하는 가면쓴 남신이다.

또, 하프돔은 어떻한가!  이름 그대로 둥근 공를 반으로 갈라 놓은것

같은  해괴한 모습을 한 형상이다. 2695M에 바위멱 560m 수직 암벽이다. 선인봉이나 인수봉에서 뽕 먹은 듯한 기분에 빠져 있다가

이 곳을 보고 야도(손바닥만 갖다대도) 온 전신이 엑스타시에 젖는다.

 

요세미테 클라이머들이 단순히 테크닉만 개발하고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등반 문화에 볼 수 없는 새로운 풍조를 만든다.

그곳이 미국이라는 자유나라이기 때문일까!

아님, 시대가 그랬기 때문일까.

유럽 출신은 대체로 진지하고 비장하며 너무나 신중하여 무겁다.

반면에 이들은 유괘하며 가볍고 장난 꾸러기 같다.

권위도발적이고, 체제 전복적이며,또 일부는 노동을 거부하며

실업자 수당으로 연명하며 때론 약물과 섹스에 빠지며

걸핏하면 만취상태에서 패싸움을 하기도 하고 세상을 조롱하기도 한다. 영화 버티칼 리미트에서도 잠깐 표현한   모습이다.

인간이 갈 수없는 곳에서 새처럼 자유롭다가 속세의 꽉 짜인 시스템같은 규율속에서는 적응키 어려울 것이라 추측한다.

숨통이 트이는 자유의 공간이 필요했으며,그 시공간으로 산이란

이름이었고 특별하게

요세미테가 적합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이 곳(꼭 집어서 어디라 말 할 수 없다.) 은 금지된 영역이다. 요세미테 밸리은 아직 다녀야 할 곳은 많지만 이쯤에서 끝내야 겠다. 마운티 맘모스 노천 온천, 레드락,에코락,....

언제나 그랬듯이 속세가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얼치기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지만  상황에서는 얄개처럼 철저하게

몰입하여 재미있게 놀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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