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당 수돗가에 서서 양치질하고 있는데, 혼자 사는 집주인 아저씨가 부엌문을 빼꼼이 열곤 한 마디 스윽 내미신다. 이봐유, 유씨. 유씨가 우리 집에 들어온 담부터 내 가슴이 자꾸만 자라고 있슈. 이것 좀 봐유.... 그러곤 정말로 불거진 젖가슴을 내게 시위하듯 내밀어 보이신다. 희번득 눈길을 밝히시곤 심지어 입맛까지 다시신다.
아, 시바. 이거 웬 멜랑꼴리 컬트한 시추에이션?
입주한 지 며칠만에 또 새 집을 알아봐야 하나. 어쩐지 옵션에도 없는 계란 후라이를 세 개씩이나 밥밑에 깔아줄 때부터 심상찮다 싶더라, 조낸.
당장 오늘 밤부터 방문 꽉 걸어 잠그고 잘 일이 걱정이로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돌지 않는 방. 알아서 셀프로 대가리든 감수성이든 빙빙 돌던지 말던지 하시라는 뜻? 아아, 시바. <죽음의 한 연구> 띄엄 띄엄 읽었더니 결국 졸지에 심오에 극한 영화 한 편 찍게 생겼고나. 여기가 유리인 거시냐 마른 늪인 거시냐. 아저씨가 자꾸만 '새로 잡은' 개고기 먹으러 오라고 문을 두드리신다. 갑자기 입덧 하고 싶으다.
우웩, 우웩, 조낸 시바! 우웩!
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