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개척이라규...-라오산에서....

레이지 데이지 2004. 10. 31. 03:09

 

개척산행에 동행하는 기쁨은 잠시이고 걱정이 산만큼 쌓이고 있습니다.

요세미테님이나,랑님은 발에 모터달고 걷는 사람인데 과연 민폐는 안 하고 잘 좇아 다닐런지....

이전과 다름없이 세기공원 동문 앞 7시50분에 나오니 즉묵에서 나오신 new face 한분,

북극해님,요세님 그리고 일찍나온 운송차.

잠시후 랑님-산행은 개척조, 그리고 기존의 산행으로 나누어 가기로 했나 봅니다.

개척조는 일단 북구수로 일정을 잡고 운행하기로 했습니다.

북구수-을죽암-전나무 숲에서 왼쪽-그리고,꼭대기에서왼쪽-헤맨 다음....

일단 을죽암을 25분에 주파하고 잠시 차 한잔 하면서 하루일정을 정하는데,뭔가 이상합니다.

두 양반 대사가 한결같이 서로의 말에 대하여

"아냐,아냐"로 시작하여

"그럴리가 있냐"로 맺음말 합니다.

이 대사는 오늘의 멘트인가 봅니다.

 

그래도 엄청난 속도로 몸부림치면서 깊어지는 가을산 속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라오산은 겉으로 보여 주었던 모습이 아닌 속에 감추었던 자신을 보여 주기로 한 것 같이

깊은 단풍과 억새, 그리고 색을 모두 바뀐 관목숲들....이 모두를 적날하게 우리들 앞에 드러냈습니다.

마치 내설악에 들어 선 듯,아님 잃어버린 라오산 의 역사인듯....

더불어 여름에 골탕 준 덩쿨들도 몸을 움추려 길을 신작로로 보여 주었죠. 그리고 오랫만에 릿지로 봉우리두개를 넘었지요.

식은땀이 등에서 줄줄.. 결국은 요세에게 티박먹고, 랑님이 손 한번 잡아주었습니다.ㅈㅈ

 

어느 곳인가 바위에 구녕이 뻥 뚫려 있었서 호기심 왕성한 요세미테님이 기어 올라가 볼려하니 산꾼이 짐승 나올지 모르니 빨랑 내려와!

랑님왈, 짐승은 이미내려오고 있어, 앞에가는 늑대짐승(?) 뒤에 오는 짐승(?)가운데에는 늙은 여우(?)-숲속의 동물 개척산행 인 듯 합니다. 

 

오붓한 점심을 어느 봉우리 꼭대기에서 하고 약간의 장비 테스트를 한 다음-요세가 새 옷을 샀다기에 제가 방수가 잘 되는지확인 할려고

귀한 물을 붓었지요. 물이 아깝다는 전설만 남겨놓고 하산 준비를 하는데,

본격적인 멘트가 쇠사슬 엮인 듯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냐아냐.........

그럴리가.......

 

그래도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산악구보가 이런 것인가 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양광-가을의 색은 파노라마로 옆을 스치고, 쌓인 낙엽은 쿠션처럼 푹신하고,

남아있는 잔가지는 발목을 잡으며 더 있으라 합니다.

님과 함께라면 영원이 있고 싶지만, 속세에서 기달리는 무심한 일들이 많아서리. ....

내려오니 "하허동" 이란 마을이 보이고 오늘의 개척일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것 같습니다.

왜냐면, 랑님의 무릎이 이상해 보이고 산꾼도 푸산에서 무너진 왼쪽 무릎 휴유증이 도지고,

그러나 오늘 산행 한번 잘 했습니다. 랑님은 이 길을 "늑대길"이라 불리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우리 나리메 횐님들이 한번 보시고 만장일치로 불려 주세요.

늑대가 가는 길이라고

 

        -05년 가을 칭다오 한인들 모임 까페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