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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2024년10월 9일 공휴일인데 일하러 가는 날이다. 한글날은 언제부터 공휴일이었을까?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확정한 것은 1945년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고 나서였다. 곧 ‘정통 11년 9월 상한’의 ‘9월 상한’을 9월 상순의 끝날인 음력 9월 10일로 잡고 그것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1946년에는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여 거국적인 기념 행사를 하였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한글날 기념 행사는 민족주의 국어학자를 비롯한 소수 유지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한글날 행사가 전국적인 것이 되어 해마다 큰 기념식을 하였다. 이런 한글날에 일 끝나고 습관처럼 창덕궁안으로 들어가 창경궁 함양문으로 갔다. 종묘와 창경궁이 연결된 율곡로가 한글날인 오늘..

박재삼과 그의 친구들.

정릉(貞陵) 살면서 박재삼 솔잎 사이사이 아주 빗질이 잘된 바람이 내 뇌혈관에 새로 닿아 와서는 그 동안 허술했던 목숨의 운영을 잘해 보라 일러주고 있고… 살 끝에는 온통 금싸라기 햇빛이 내 잘못 살아온 서른다섯 해를 덮어서 쓰다듬어 주고 있고… 그뿐인가 시름으로 고인 내 간장(肝臟) 안 웅덩이를 세월의 동생 실개천이 말갛게 씻어주며 흐르고 있고… 친구여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는 이 눈물나게 넘치는 자산(資産)을 혼자 아껴서 곱게 가지리로다. - 시집 (문원사 1970) 정현종 시인(1939 ~ )은 박남수의 사물 이미지 추구와 김춘수의 존재 의미 천착 경향을 결합해 놓은 듯한 독특한 시풍을 가진 이다. 그는 인간성과 사물성, 주체성과 도구성 사이의 정당한 의미망을 나름대로 추구함으로써 그 동안 인간들의..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 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그 경계에는 언제나 아픔이 있다. 오늘처럼.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한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