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피는 꽃/나는 나

<노가리언니의 하루>

레이지 데이지 2020. 6. 14. 13:36



집에 늦게 돌아오니 책은 식탁위에 오두마니 놓여있다.
아침에 나가면서 전철에서 읽을려고 책을 가방에 넣었는데 책이 보이지 않는다. 거참 희안할세...하면서 간만에 전철와이파이 이용하여 블로그정리를 했다. 어쩜 이 블로그 역시 없어져가는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너나할것없이 유튜버 자처한다.
전철타면 모두 고개 숙이고 핸펀만 본다. 문자화된 종이책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종이책도 점점 사라지는것이 아닐까...

알바일 끝내고 쌈밥을 먹는데 된장이 맛나서 소주를 일병했다. 밖으로 나오니 태양은 정수리에서 땀을 쏟게 한다. 더위가 사납게 덤벼서 죽기 일보직전 얼른 그늘 있는 역앞 생맥주집에 들어가니 '노가리언니왔다' 반갑게 맞이한다.

일전에 노가리시켜서 5잔을 마시고 간적이 있어서이다. 주인이 괜찮앙요? 걱정을 시키면서 먹은적이 있었다. 잠시 더위만 가시믄 간다고 하고 오늘도 노가리를 시킨다.
이집 노가리는 별나게 맛나다. 마치 을지로입구 오비맥주집 먹태같은 중독성 강한 맛이다.

마침 또 다른 사장님이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가끔 들여다보는데 그 날이 오늘인가부다.
그 분의 다른 사업장이 우리 동네여서 데려다 준다고 한다.
순식간에 공간이동으로 집동네에 도착하니 땀이 범벅이다. 머리털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가쪽으로 갔다. 상가입구에 어느 아줌마가 자전거에 수박을 실으면서 큰소리로 전화한다. 아저씨보고 마중나오라고. 웬지 익숙한 목소리라는 생각에 얼굴을 보니 미용실 마담이었다.

-퇴근하시는군요? 더워서 컷트만 할려고 했는데 다음에 봐요. -생각 난 김에 실행하셔야지. 올라가서 기다리셔. 잔차 주차시키고 금방 갈테니...
- 오늘은 컷트 할수밖에 없는 날이군요. 이렇게 딱 만났으니.
-그럼그럼...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마담하는 말이 요즘은 공치는 날이 많다고 한다. 동네 할머니 놀이터였던 미용실이 유행병이 돌자 사람들 나오지도 않고 머리하는 사람도 없고 가끔 커트하는 사람만 온다나... 오늘도 공치고 들어가나 했고 그만둘까 싶다고 한다.

상가 구석데기에 바다마을 횟집이 있다.
저녁으로 이 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재난보조금을 사용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적당한 감자와 야채. 시원한 국물. 다데기 없이 먹는거라고 해서 와사비간장을 달라고 하여 바지락 살을 찍어 먹으니 맛나다. 다시 소주생각이 났지만 집동네이니 참았다.

이렇게 단 하루에 많은 일들을 했던 별난 하루가 갔다.
평범한 일상이 있는 날조차 없는 하루도 있다.
내일이 또 온다해도 별 일이 없는 안심이 되는 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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