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닭_배정은 전시

레이지 데이지 2020. 12. 31. 12:22

 

#17_닭전시를 보고 뻰찌 당하다

 

닭. 

어데서 닭우는 소리 들리는 추운 한 낮이었다.
일전에  음식물 수거함 옆에서 한 여자아이가 햇빛을 등에 지고 쭈구려 앉아있어 모하나 보았다. 병아리 산책시킨다고....병아리라고 하긴 보다 중간 닭정도인데  흰색으로 약간 목이 길쭉하니 특이하게 생겼다. 어린 공작같기도 했다.
-닭맞니?
-학교앞에서 노랑 병아리 3마리 샀어요. 근데 얘 만 살았어요.
-이름있어?
-아니오...

그리고 흘긋 나를 다시 본다. 이름 지어줄 생각은 못했네 하는 표정일까? 

그 닭이 우는 소리일까? 공작은 아니겠지. 

500인선물전에서 @문정기 선생님을 만났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돌고 닭전시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하신다. 달기요? 먹는것을 더  좋아하는데요... 넌스레 떨며서 사전지식 하나도 없는 전시를 보러 갔다. 

vivid
배정은作 

굵은 면실(絲)로  닭을 표현한 엄청난 작업이  보였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옛날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닭이 울면 뱀파이어나 귀신이 도망간다. 이것은 해가 뜰 때 닭이 우는 관계를 역전해  풀어보면 '닭이 울면 해가 뜬다' 식으로 해석해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부르는 상서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

특히 속담 중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닭과 아침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 관념과 실상의 차이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닭이 새벽에 안 울고 한밤중에 울면 재수 없는 놈이라고 해서 목을 자르기도 했다. 

아침에 우는 닭의 특성에서 기인한 일종의 토템 신앙으로, 한국의 조류 숭배신앙에서 받들던 하늘새(봉황)를 닭 신앙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봉황이나 주작 문양은 볏과 꼬리의 모습, 비교적 짧은 날개가 닭과 유사하며, 산해경의 봉황과 관련된 기록에도 닭을 닮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 사신도와 백제 금동대향로의 주작도 유달리 볏이 크고 꼬리가 길며 날개가 짧아서 전형적인 닭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심지어 무용총 같은 경우 닭을 그려놓고 주작이라 한다.

우리나라 창세신화 중에 태초에 혼돈 속에서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홰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치며 크게 우니 갑을 동방에서 해가 떠오르며 세상이 열렸다는 巫歌 사설도  있다.

머리에 관을 쓰고 있으니 문(文)이요,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무(武)요,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우니 용(勇)이요, 음식을 보면 혼자 먹지 아니하고 함께 먹으니 인(仁)이요, 밤을 지키되 그 때를 잃지 않으니 신(信)이라 하겠다.

이것은 ‘닭’의 다섯 가지 덕(五德)을 말한 것으로, 문무(文武)는 닭의 모습을, 용(勇) · 인(仁) · 신(信)은 닭의 행동을 칭송한 것이다.

깊은 뜻을 떠나서도 닭이 나오는 그림은 좀 친해보이고 편안해 보이기도 하다.

관람이 끝나고 나오는데 아무 말씀이 없다.
닭잡고 오리발내밀기 들어봐도 꿀드신듯 하다.
이건 분명 뻰찌이구나 싶다.
모 그렇다면 집이나 가야지 하믄서 인사동 관훈동 관철동 한바퀴돌고 집으로 간다.

내년도 사자성어는
신언지행(愼言志行) 자고로 말은 신중히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하라 했는데  행동하는 것 하나 없이 말을 앞세운 입방정이 불러들인 화액(禍厄)이라면 할 말이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