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목깐구루밍

레이지 데이지 2021. 1. 7. 14:38

 

#12_지금은 나만 생각하다.

 

폭설
  -류근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 버리라고
온밤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시바쉬인이  욕설을 제대로쏟았다.

 

 

20210107 추운 날

<모닝 맥주 한잔이 주는 행복>

무슨 바람 불었는지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목욕부터 했다. 
일본에서 사 온 무슨 녹차향 입욕제를 풀고 목까지 푹 담겨서 온천에 온듯이... 라디오에서 강석우클래식 아침 음악이 흐르고

눈 감고 
어제를 그제를 그그제를...1월 2일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필름 되감기하는 싯점이다.

새해가 왔다고 
내가 새사람이 안되듯 사람들도 새사람이 안된다. 괜히 한량을 좇는 흥청이꼴 되기전에 사건을 잊자. 사고나기전이다.

게다가 꿈꿨다.
中觀学黨 선생님. 그리고 학우들.
즐겁고 행복했던 그 어느 때 모여서 웃으며 공부를 하는 꿈을 꿨다. 왜? 평소에 생각조차 안 했는데.
연화백까지 등장하였다.


암튼 잘 지내고들 계시겠지. 
설마 올해 다시 공부할려고 하는것은 아니겠지. 
이제 일갑자 보냈으니 노자말고 놀자로 놀아야 한다. 
잘  놀아야 하는데. 잘 놀아야 한다. 빌붙기 하지말고

빨래 한 축 돌리고 맥주 한 잔한다.

창넓은 베란다에서 눈덮인 마당을 보면서 등뒤에 벽난로에서는 물끓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이 시린 모닝맥주를 마시는것. 
나의버킷이다.

 

 


더러븐 창이면 어떻고
녹아나는 질척이는 땅바닥을 내려보믄 어떻고 
이 추위에 맨발이지만 
지금 맥주 한잔하는 처지를 감사드린다.
햇빛이 버티칼에 갈라져 들어오는 햇살좋은 오전에
혼자서 모닝맥주 한 잔에 행복하다. 

지금이어서 더 좋다.

더러븐 생각은 몸때와 함께 수채구녕에 흘려보냈다.

목깐구루밍이 최고였다.